전자책
소설/희곡
한국소설
상세정보- 지은이 : 추정경
- 출판사 : 놀
- 발행일 : 2013-07-00
- 공급사 영풍문고
- 보유권수 3권
- 대출 0권
- 예약 0권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이름은 망고』의 작가 추정경이 2년 2개월 만에 새 장편소설 『벙커』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교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한순간에 가해자로 낙인찍혀 버린 열여섯 살 소년이 우연히 한강대교 아래에 숨겨져 있던 미스터리한 벙커를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 겪게 되는 한 달 간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벙커』가 전작의 틀을 깨고 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인 동시에, 자신의 십 대 시절과도 맞닿아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라고 밝혔다. 목적 없는 공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이어지는 쳇바퀴 같은 일상, 세상과 어른들 사이에서 느끼는 단절감,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도 온전히 의지할 수 없는 현실....... 이 소설은 그 폭력 아닌 폭력을 견디지 못해 아무도 모르는 공간으로, 또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들어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끝끝내 아물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껴안고 결국 자신의 아이에게도 그 상처를 고스란히 대물림할 수밖에 없었던 어른들의 아픈 뒷모습이기도 하다.
▶책 속으로
*** 본능적으로 내지른 내 주먹에 김하균의 몸이 휘청거리는 게 보였다. 휘청대던 녀석은 민석이 내민 다리에 걸려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때 누군가가 김하균의 옆에 있던 책상을 치웠다. 하균의 주위에서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하나둘 치워져 가는 책걸상들은 묘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전에 미리 논의를 한 행동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집단행동이었다.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 심호흡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다리 근처를 살피던 그때, 반대편 강둑 가까이에서 깜빡이는 오렌지색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그 오렌지색 불빛이 내게 그곳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바다 요정 세이렌에게 홀린 듯 그 불빛을 향해 나아갔다. 곧 눈앞에 커다란 시멘트 기둥이 나타났다. 강물 속에 잠겨 있는 한강 교각의 아랫부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중앙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네모반듯한 모양의 완전한 직사각형 문이었다.
*** 김하균이 왜 그토록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혔는지 그 깊숙한 속내를 알게 되면 그 폭력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까 봐 거부감이 들었다. 어쨌든 김하균이란 녀석을 그렇고 그런 나쁜 놈으로 기억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 녀석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하루를 그쯤에서 끝내 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일부러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다가온 불행을 일부러 벌집 쑤시듯 헤집고 터뜨려 끝을 보려고 했던 걸지도....... 녀석은 엄마가 내민 그 봉투를 집을 떠나라는 의미도 받아들였던 게 분명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일기를 들여다보고 녀석의 진심을 알게 되어 버렸다.
*** 메시의 고함 소리에 벽이 흔들리며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사이 미노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벙커의 벽은 마치 살아 숨 쉬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벙커가 크게 휘청대는 그 순간 2층 해치까지 왈칵 강물이 솟구쳐 올랐다. 왈칵왈칵 피를 토하듯 해치가 강물을 뿜어 대자 벙커가 형체를 잃고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처가 난 벙커의 벽면이 꼭 사람의 생살같이 퉁퉁 부어오르며 벌겋게 피를 흘리는 광경을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 차가운 바람이 분다. 눈을 뜨자 드넓은 풀밭이 펼쳐졌다.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날것 그대로의 길이다. 낯선 이의 발걸음을 슬며시 붙잡으며 발목 위까지 긴 풀들이 차올라 있다. 바지의 아랫단이 촉촉이 젖어 들지만 괜찮다. 눈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듬성듬성 풀을 뜯고 있는 말들, 그리고 두 뺨에 발갛게 익은 복숭아 한입씩을 붙여 놓은 듯한 순수한 아이들.......
이 소설은 교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한순간에 가해자로 낙인찍혀 버린 열여섯 살 소년이 우연히 한강대교 아래에 숨겨져 있던 미스터리한 벙커를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 겪게 되는 한 달 간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벙커』가 전작의 틀을 깨고 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인 동시에, 자신의 십 대 시절과도 맞닿아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라고 밝혔다. 목적 없는 공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이어지는 쳇바퀴 같은 일상, 세상과 어른들 사이에서 느끼는 단절감,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도 온전히 의지할 수 없는 현실....... 이 소설은 그 폭력 아닌 폭력을 견디지 못해 아무도 모르는 공간으로, 또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들어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끝끝내 아물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껴안고 결국 자신의 아이에게도 그 상처를 고스란히 대물림할 수밖에 없었던 어른들의 아픈 뒷모습이기도 하다.
▶책 속으로
*** 본능적으로 내지른 내 주먹에 김하균의 몸이 휘청거리는 게 보였다. 휘청대던 녀석은 민석이 내민 다리에 걸려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때 누군가가 김하균의 옆에 있던 책상을 치웠다. 하균의 주위에서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하나둘 치워져 가는 책걸상들은 묘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전에 미리 논의를 한 행동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집단행동이었다.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 심호흡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다리 근처를 살피던 그때, 반대편 강둑 가까이에서 깜빡이는 오렌지색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그 오렌지색 불빛이 내게 그곳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바다 요정 세이렌에게 홀린 듯 그 불빛을 향해 나아갔다. 곧 눈앞에 커다란 시멘트 기둥이 나타났다. 강물 속에 잠겨 있는 한강 교각의 아랫부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중앙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네모반듯한 모양의 완전한 직사각형 문이었다.
*** 김하균이 왜 그토록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혔는지 그 깊숙한 속내를 알게 되면 그 폭력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까 봐 거부감이 들었다. 어쨌든 김하균이란 녀석을 그렇고 그런 나쁜 놈으로 기억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 녀석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하루를 그쯤에서 끝내 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일부러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다가온 불행을 일부러 벌집 쑤시듯 헤집고 터뜨려 끝을 보려고 했던 걸지도....... 녀석은 엄마가 내민 그 봉투를 집을 떠나라는 의미도 받아들였던 게 분명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일기를 들여다보고 녀석의 진심을 알게 되어 버렸다.
*** 메시의 고함 소리에 벽이 흔들리며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사이 미노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벙커의 벽은 마치 살아 숨 쉬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벙커가 크게 휘청대는 그 순간 2층 해치까지 왈칵 강물이 솟구쳐 올랐다. 왈칵왈칵 피를 토하듯 해치가 강물을 뿜어 대자 벙커가 형체를 잃고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처가 난 벙커의 벽면이 꼭 사람의 생살같이 퉁퉁 부어오르며 벌겋게 피를 흘리는 광경을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 차가운 바람이 분다. 눈을 뜨자 드넓은 풀밭이 펼쳐졌다.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날것 그대로의 길이다. 낯선 이의 발걸음을 슬며시 붙잡으며 발목 위까지 긴 풀들이 차올라 있다. 바지의 아랫단이 촉촉이 젖어 들지만 괜찮다. 눈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듬성듬성 풀을 뜯고 있는 말들, 그리고 두 뺨에 발갛게 익은 복숭아 한입씩을 붙여 놓은 듯한 순수한 아이들.......


